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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 우리는 인간이기에 모순적인 것

호콩이 2025. 3. 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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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양귀자'의 장편 소설로 몇일만에 단숨히 읽어버린 재미있는 소설이다. 책 표지부터 강하게 인상을 주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역시나 적당한 은유와 적절한 어휘사용, 단정하고 마음에 와닿는 많은 문장들이 참 좋았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즐거웠다. 양귀자 소설중모순에 이어 내 쵀애 작가가 될것 같은 느낌?

어릴적 아버지의 가정 폭력을 겪은 강민주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 매우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 부터 강민주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맞으면서 살았지만 자신의 딸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도망쳐 나와, 자리를 잡기 위해 애썼다.

강민주를 하늘에서 내려온 신(천사)처럼 대했고, 강민주는 정말 자신이 그런 운명으로 태어났다고 굳게 믿는다.

그런 강민주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겠다고, '신'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작은 유혹과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폭력에 고통받는 여성들을 구원할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믿는다.

상담소에서 일하는 그녀는 매일 같이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성 중심의 폭력과 사회에 반감을 느낀다. 강한 분노를 느낀 그녀는 남성을 혐오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성들도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성들을 위해서, 그런 사회적인 관념을 깨부수기 위해서 제일 인기 많은 남자 연예인인 백승하를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백승하를 납치하여 남성 중심의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자 한다.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받는 백승하 조차도 부족하고 폭력적인 면이 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고 여성도 남성을 억압하고 감금할 수 있다고, 피해자는 항상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모든 남성들이 다 여성을 억압하려는 존재라는, 옛 역사부터 항상 그래왔다는 확고한 생각으로 자신이 그런 사회를 엎을 수 있는 유일한 ‘신’적인 존재라고 믿고 계획을 실행한다.

납치 후 처음에는 그녀의 ”완벽“한 계획에 따라 백승하를 지배한다. 그를 때리기도 하고 짖궂은 장난과 정신적 압박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하던 그녀도 백승하의 부드럽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점점 변해간다. 그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고, 그가 보고싶어 하는 아들을 보여주고자 위험을 무릅쓰기도 하고 그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보호하려 노력한다. 점점 뒤로 갈 수록 날카롭고 공격적이었던 그녀의 말투와 행동은 부드럽고 온화하게 변한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마음을 가진 그녀는 뒤로 갈 수록 마음이 약해져 휘청이고, 그런 그녀를 보고 있던 남기는 그녀를 총으로 죽이게 된다.


1. 날카로운 사람은 그만큼 상처가 많고 연약하다.

그녀는 어린시럴부터 폭력으로 인한 상처로 매우 방어적인 태도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녀가 받은 상처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카로운 사람은 그만큼 상처가 많고 연약하기에 불안을 달래려고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 그녀가 소설 뒤쪽으로 갈 수록 안타깝게 느껴긴젓은 나뿐인가…

한번도 깨져보지 않아 굳은 살이 배기지 않은 삶은 정상적인 삶의 행로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삶은 가짜다. 역사가 없는 것이다.

2. 확실한 T

나는 나를 건설한다. 이것이 운명론자들의 비굴한 굴복과 내 태도가 다른 점이다.

나는 길을 향해 떠나기 전에 미래를 모두 계획한다. 그것이 길 위에 서서 뒤늦게 미래를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과 내가 다른 점이다.

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나도 원래는 이성적이기만 했던 사람이 아니다. 감성적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측면이 더 많은 사람이었고 사랑에 있어서 큰 상처와 허무함을 느낀 후에는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이성적인 판단을 더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떤 판단에 감정이 함께 한다면 판단이 흐려지니,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하는 강민주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모습은 인간대 인간으로 다른 남성들을 대하게 되면서 부터 변화한다. 사람은 감정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그렇게 점점 신 강민주에서 사람 강민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남성중심사회

단 한명으로도 이 세상이 결코 남자에게만 유리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지요. 많이도 필요없어요. 단 한명이면 충분해요.

이 소설은 만연한 남성 중심의 사회적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인 납치를 시도하는 강민주의 모습을 주로 하고 있다. ”오지도 않을 행복을 기다리며 긴 세월을 살아온 여자들“, 그리고 그런 여성들을 억압하는 남성으로,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나눈다.

또한 폭력으로 여성들을 대하는 남성들을 비난하지만 그녀도 또한 폭력으로서 남성 중심사회를 뒤집으랴거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폭력이 답이 아니 었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 간다.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일까?

현재도 고통받고 있는 많은 가정폭력의 피해자,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소설이긴 하나, 작가는 하기와 같이 말한다.

“성의 대결이나 성의 우월을 가리기 우해 이 소설이 쓰인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말하자면 상처들로 무늬를 이룬 하나의 커다란 사진이다. 함께 들여다 보면서, 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데 유용하게 쓰여야할 사진이다.“

폭력은 폭력으로써 극복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성의 우월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소설이 페미니즘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책이 여성해방만을 주제로 정했다면 백승하처럼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백승하를 버리곤간 엄마를 여성으로 등장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빠가 백승하를 버리고 갔었어야 된다.

그녀는 병적인 존재인가 아닌가, 병적인 존재라면 그 병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혹은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이 소설을 읽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 그럼 우리는 어떤 측면에서 이 소설을 읽어야 할까

나는 ’인간‘의 측면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귀자의 모순이라는 책을 이전에 읽었었는데, 이 작가는 인간의 모순적인 측면에 대해서 참 잘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했다. 날카롭지만 연약한 강민주와 여리지만 단단단 내면을 가진 백승하.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던 강민주와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가는 강민주. 인간의 이런 모순적인 측면을 참 잘 해석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도 일상의 모순을 매번 다른 사람들 보다 강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다. (친구가 나는 참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얘기를 3년-4년 전에 했다.) 가끔 나는 이런 모순적인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감명깊게 다가왔고 모순적인 강민주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이런 모순적인 세상과 인간의 모습을 이애하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을 안타까워하지만 그런 여성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각과 폭력을 증오하지만 폭력으로서 상황을 바꾸려는 시각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 외에도 심각하게 의미를 따져보기보다는 재미있는 소설로서 한번쯤 읽어보아도 작가 양귀자의 매력에 푹빠지게 될것!!

주요 등장인물 3명과 거창한 배경없이도 소설을 이렇게 쓸수 있다는 것(흥미와 감동 의미내포 모두 다잡은 소설)에 감탄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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