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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파친코 1,2 - 이민진 : 일본으로 건너간 재외 동포들의 가슴 시린 인생사

호콩이 2025. 3. 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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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친코 1,2 - 이민진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는 하나님의 계획을 믿었고, 모자수는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믿었다. 다이얼을 돌려서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생긴 불확실성 또한 기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너무너무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책 파친코를 읽어보았다. 우리가 잘 알듯이 애플티비에서 책 파친코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제작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도 전에 파친코 몰아보기로 대충 초반 줄거리를 알고 있었다. 책과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지만 그래도 책으로 읽는 것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 시대의 처절함과 슬픔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아서 책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그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 살아온 제일 교포들의 삶이 매우 힘들었고 그들은 일본인에게도 같은 나라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또 한국인들에게도 한국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저 우리는 그들을 기회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아예 그들의 삶이 어땠을지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귀화도 어렵고 한국인들에게도 외면받았으며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고 가슴속에 과거의 한을 가지고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해가면서 살았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일본 놈이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일 뿐이야"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느낀 점은 일제시대의 아픔, 전쟁의 아픔과 식민지 시대의 슬픔과 회환들. 대한민국 사람의 핏줄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서글픔이었다.

"일본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너는 여기서 항상 외국인일거고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알겠어? "

그리고 그 당시 일본으로 넘어간 조선 사람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어 돼지우리 옆에 집을 지어놓고 살았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의 것을 훔치고 빼앗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회주의자로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로 힘들었을지, 처절한 삶이었을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살아온 재외동포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일본에서 힘든 일을 겪은 여자들과 남자들, 그리고 파친코를 운영하는 한국 사람들과 돈을 많이 벌어서 자식들은 힘들게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

또 일본을 벗어나고 싶고 미국의 새로운 삶과 기회를 꿈꾸는 사람도 있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공산주의자들도 있었다.

파친코 드라마에서는 선자와 한수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 같았지만 책은 선자와 한수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들"과 그들이 살아온 배경들을 설명해줌으로서 그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선자와 한수의 삶을 넘어서서,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여자친구, 그리고 이삭의 형, 그의 아내 경희, 선자의 할머니, 하루키 등등 여러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삶은 책 제목인 파친코와 같아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노아가 파친코에서 일하게 될지 몰랐고, 노아가 스스로를 총으로 쏴서 자살할지도 몰랐고 솔로몬이 은행에서 상사에게 배신당하고 쫓겨날지도 몰랐고 요셉이 그렇게 오래 살줄도 몰랐다.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면서도 탄탄한 전개들이 바탕이 되어서 참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선자와 한수가 다시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의 초반을 즐겼지만, 이 책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못했다. 모두 각자의 아픔이 있었고 소설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래서 더 처절하게 느껴지면서도 원래 삶이라는 것이 그런것이라는 통찰로 이어졌던 것 같다.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출세하게 하라. 적응해라. "

여러 소설들과 책을 읽어보면서 느끼는 점은 사람의 인생사에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그것을 감히 평가하고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삶을 단순하게, 쉽게 보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의 삶과 마음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것인데, 삶이라는 단어에 그런 접근은 불가능한 것 같다.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영혼을 불어넣고 그들이 살아온 힘든 삶들을 독자로 부터 공감하게 하는 것, 그리고 원래 삶과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는 듯.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작은 등장인물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고 그들의 사정과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자와 한수의 이야기에서, 한수를 보는 시각이 나뉘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자가 느낀 사랑과 한수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한수는 다른 어떤 여자보다도 선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수는 많은 여자와 소녀를 만났지만 뭐든 하겠다고 나서는 요염한 창부보다도 선자의 순수함과 신뢰가 훨씬 한수를 흥분시켰다."

선자에게 달콤한 속삭임으로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선자를 임신시킨 것에 대해서 한수를 사기꾼이라고 여기고 배신감을 느낀 독자도 있을테지만 나는 그 관점 보다는 좀 더 '사랑'에 집중하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선자의 입장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사람이고 그리고 뼈아픈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끝까지 선자의 안위를 걱정하고 자신의 아들을 책임지려고 한 한수를, 선자는 끝까지 미워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 이 아줌마의 삶도 평범한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

그녀는 이삭과 결혼해서 평생 이삭을 돌보고 이삭의 아내로 살아가게 되지만 그럼에도 선자는 한수를 죽을때까지 잊지 못했을 것이다. 선자가 한수의 한국 첩이 되어서 아들을 낳고 살았더라면 선자는 이렇게 힘든 삶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사람은 정당성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고, 그런 힘든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선자의 인생에 많은 사람들이 속상함을 느끼고 또 그녀의 삶을 인정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종교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원래 기독교와 천주교 같은 하나님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종교를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 했었다. 신이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종교와 관련된 강의들도 찾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하나님 이라는 신이 있다는 게 삶에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약간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부모님과 같은 맥락이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짓을 하든 하나님 앞에서 맹세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등을 돌리고 나를 외면 하고 무시 하더라도 하나님이 나를 지켜보시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으며 마음이 좀 더 강해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사람은 모두 헤아림을과 이해를 항상 받고 싶어 하는 존재라서 하나님과 같은 존재가 사실 실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 자체가 더더욱 나다워질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버려도 하나님을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큰 일들과 더 나 다워 지게 되는 것이다.

또 이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파하고 공감했던 부분은 바로 선자가 일본으로 가면서 선자 엄마 양진과 이별하는 장면일 것이다. 구하기 어려운 쌀로 쌀밥을 지어주는 모습. 그리고 선자에게 앞으로 고생이 많을 것이라며 시댁 식구들에게 잘하고 남편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저런 마음이겠지 싶었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슬픔을 어찌 우리가 감히 짐작을 할 수 있을까

"다 고생인기라.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다"

일제시대의 아픔과 가족의 모습들. 당시의 배경들과 사람들의 삶들을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이라서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이 미국 자본을 투자받아서 APPLE TV에서 제작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이런 좋은 책이 드라마로 제작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시각에서 우리는 과거를 잊으면 안되지만, 그럼에도 과거를 털어버리고 미래로 나아갈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보고 일본 나쁜놈들!! 찢어죽일 놈들!! 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원래 사람이라는 존재가 욕심이 있는 존재들이고 우리는 그저 힘없는 사람이었을 뿐이며, 이 책을 일본을 욕하는 데 사용하기 보다는 '인생', 그리고 '삶'을 보는 접근법으로 책을 읽어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1명의 독자이자 한국 사람으로서의 바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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