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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 시라이 사토시 : 자본주의 세상의 비밀과 마르크스주의

호콩이 2025. 3. 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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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 시라이 사토시


 

이 책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내가 딱 봐도 관심 있어 할 만한 책이었다. 나는 마르크스주의같은 매우 예민한 문제들을 평범하게 다뤄내는 것이 재미있고, 나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 재미있다. “마르크즈 주의” 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빨갱이라고 치부하는 공산주의/사회주의와 관련된 사회 철학이자 체계이다. 친구들에게 마르크스주의 라는 말만꺼내도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기를 꺼려 할 것이다. 굉장히 예민한 주제이며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이런 이야기를 친구와 이야기 하기 보다는 글로 쓴다.

사실 마르크스의 자본론(본판)이라는 책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해하기도 힘들고 몇번이나 읽고 해석된 책들을 찾아봐야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은 자본론같은 어려운 책을 우리 사회에 대입시켜서 내가 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지, 우리는 왜 좋은 대학교를 가려고 공부하고 경쟁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런 책은 대부분 번역이 잘 안되어 있거나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없어서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 두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지금 사회 체계의 원리와 개개인들의 행동 이유를 분석할 수 있었다. 대학교에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가 왜 자본가 밑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현타가 오고 머리를 세게 맞은 듯 하지만 우리는 이게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24시간중 반을 회사에서 보낸다.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우리는 더 성공하고 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밤새 공부했다.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믿으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 했고, 성공한 사람들을 우상으로 생각하며 그들처럼 되기 위해 애썼다.

어느 한 순간부터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노력이 부족해서,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또한 이전에는 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를 다녔고, 회사에서 매우 큰 입지를 가지고 있던 공동체였다고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듯 하다. 모두가 퇴사,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창업을 하고자 하고, 회사 밑에서 노동자로 전락하는 삶이 안타깝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 이유들을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찾을 수있었다. 왜 우리가 가기 싫은 회사를 가는지, 상품 경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대단하고 멋있는 사람이고 돈이 없는 사람은 의미 없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이 사회는 우리에게 끝없이 주장하고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입시전쟁/취업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경쟁하며 살아간다. 이런 신자유주의 사회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고, 성공하지 못하면 낙오자/실패자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회를 갑자기 변화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이다. 이정도면 먹고 살만하지,, 그냥 포기하고 살자와 같은 마음은 자본가들을 더 배부르게 만들고 노동자를 착취하게 만들지 모른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문화속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 생각하지 못하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평범한 것과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새롭게 볼 줄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 농촌 공동체 특유의 끈끈한 관계 속에서 살기 보다는 도시에 나가서, 달리 말하자면 인간관계가 아닌 상품관계 속에서 살고 싶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상품이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대표적인 예다.

- 이는 육체노동자 계급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얘기다. 임금노동자로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한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노동자의 정체성에 긍지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학력이 있고 능력이 있으니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수입이 적은 것은 능력이 없기 때문이며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 수준이 낮은 무리와는 하루빨리 거리를 두고 계급 상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과거에는 몹쓸짓이었던 이런 자본 논리가 아무 의문 없이 우리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 아마도 종속이라는 개념(자본에 종속)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다. 종속의 심화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에 관한 모든 것, 사고와 감성까지 자본에 의해 종속될 것이다. 그런 단계에 도달한 신자유주의 시류에 영합하는 모습이 내게는 인간이 자멸의 길을 가는 것으로 보인다.

- 자본은 무조건 늘어나는 것, 오로지 양적으로 증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외의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자본의 목적이 아니다. 사람들이 잘 살건 말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자본의 목적이다.

- 노동력으로 잉여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노동에 의해 형성되는 가치가 노동력의 가치보다 크기 때문이다.

- 노동자가 과도하게 착취당해 죽을 정도로 낮지는 않고, 그렇다고 해서 부자가 되어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지도 않은 수준을 상정한 뒤 그것을 ‘생존비’라고 불렀다.

즉 노동력의 교환가치는 노동자의 재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로 정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공장법의 진정한 목적은 인도적 배려가 아니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본이 착취할 상대인 노동자가 없어지므로 제정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지속적인 착취를 위해 공장법을 제정해 노동자를 보호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근로법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면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자도 없고 소비자도 없는 상태가 되어 자본주의의 미래에는 절망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재계와 부르주아가 포진한 일본의 자민당 정권은 장시간 노동 금지라는 깃발을 흔드는 것이다.

- 착취가 심하면 착취할 대상이 사라져 자본주의가 굴러가지 못한다.

- 자본은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추구한다. 자본제 사회는 생산력 증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새로운 기술일 수도 있고 새로운 조직 문화일 수도 있다. 그 모든 수단은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 우리는 자본제에서 살아가기에 오로지 생산력 향상만을 요구받고 그것에 응해왔다. 그 결과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노동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같은 수준의 생활을 하려면 더욱 오랫동안 일해야 했다.

-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영원한 자연법칙’이 자유롭게 작용하도록 하고, 노동자와 노동수단 사이의 분리를 완성하며 한쪽 끝에서는 사회의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을 자본으로 전환시키며, 다른 쪽 끝에서는 인민대중을 임금 노동자로, 즉 자유로운 ‘노동빈민’ 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수고가 필요했다.

- 선진국들이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보통 일본의 고도 성장이 끝난 이유로 석유 파동을 꼽고는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농촌의 과밀인구에 기반한 노동력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고동성장기에 취직 열차를 타고 도시에 와 공장에서 일한 지방 출신 중졸 소년, 소녀들의 값싼 노동력이 고도성장을 지탱한 기반이었던 것이다.

- 현실 경제를 관찰하면 혁신을 통한 잉여가치 추구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은 싼 노동력에 있는 것이다.

- 미국이 세계 공황의 타격을 완전히 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인스주의적 뉴딜 정책 덕분이 아니라 제 2차 세계대전 참전 덕분이었다. 전쟁은 그 자체로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거대한 파괴 후에는 거대한 부흥 수요가 생긴다. 전쟁이 바로 유효수요 부족에 대한 특효약인 것이다.

- 자본가의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인격화 되었기에 가치를 증식시키라는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더 사치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사치를 누리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풍요로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종속되고 그 가치관에 길든 주체는 그 점을 잊어버린다. 이 망각을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성과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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