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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아오이 : 우리는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하고

호콩이 2025. 3.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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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아오이

 

"피렌체의 두오모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야"

그렇게 말한 페데리카에게, 사랑이란 이렇게 거대하고 조용하며, 흔들림 없는 것이었을까.


 

냉정과 열정 사이 2편, 아오이의 입장에서 본 이별과 사랑을 읽었다.

남자친구에게 받은 쥰세이 편을 다 읽고, 책을 검색해 보았는데, 여자 입장에서 쓴 책이 있다길래 매우 반갑게 중고서점에 가서 구매했다. 쥰세이 편은 남자친구가 선물해 줬으니 (편지와 함께), 이번엔 내가 이 책에 편지를 써서 선물해주기로 했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과거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과거에 대한 사랑에 묶인 두 사람이 살아가는 현재를 그렸기 때문인지, 나는 계속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아오이가 마빈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느낀 회의감과 무의미감을 나도 이전에 느꼈기 때문인 이유가 클 것 같다. 무의미한 삶. 내가 느꼈던 우울감은 여기에서 부터 비롯되었던 것 같다.

아오이는 계속해서 마빈을 옆에 두고 있음에도 쓸쓸함과 허망함을 느끼는 것 같다. 과거를 회상하고 꺼내버리면,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마음속에 단단히 묻어두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어딘가 모르는 허무함과 공허함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쥰세이는 멀리있고 만날 수 없는 존재이니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마빈과 함께하는 삶" 이 더 나은 삶이라고 스스로에게 주입한다.


 

"물건을 사러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창문으로 그 곳이 보일때면, 순간 가슴을 스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그맣게 메말라 아주아주 멀다. 거의 점처럼 보인다. 겨우 점처럼만 보이는데, 그것은 내 안에서 살아 숨쉰다."

마빈의 회사에서 집세를 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현관 옆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나는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마빈과 생활한지 3년 남짓이다. 나는 이 아파트를 좋아하고, 어느 틈엔가 이 곳에서의 화려한 생활에도 익숙해 졌다. 이런식으로 가끔 고개를 쳐드는 위화감을 제외하고는.

나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창밖의 모든 것은 속속들이 젖어, 흑백 영화처럼 제 색을 잃었다.

 

 

나에게 복에 겨웠다고 했던 많은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배가 불렀다고 생각했다.

나를 공주처럼 대해주는 그에게 부족함을 느낀다는 말에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했다.

나에게 충만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는데, ‘더이상 , 바라는 무엇이 있을까’

있었다.

나는 권태로움의 느낌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열정으로 넘치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상대방이 보고싶어서 밤잠 설치는 그런 사랑이 하고 싶었다.

적당한 불안감과 함께 설렘을 안고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고 싶었고

미래의 걱정이 휴지조각이 되어 버릴 만큼 현재의 상대방에게 집중해서 미래의 걱정은 다 뒤로 넘겨버리는 그런 사랑이 하고 싶었다.

무의미함. 이라는 단어는 내 머릿속에서 0.001%도 생각나지 않게, 온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나의 하루, 나의 삶이 그 사람으로 가득찼으면 했다.

많은 것을 바란게 아니었다.

돈을 바란것도, 명예를 바란것도, 안정적인 가정을 바란것도,

근데 왜인지 나는 그것을 쫓고 있었다.

사랑에 눈이 멀어 고달프고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것 보다, 허무하지만 겉으로는 빛이 나는 삶이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자니, 나는 무의미함에 갖혀 삶의 행복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많은 것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사람” 에만 집중해서 그 사람과 만들어가는 달콤한 시간, 그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이게 맞는 것인지는 먼 혹은 가까운 미래에 알게 되겠지

 


 

마빈과 함께 하면서도, 진짜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쥰세이 밖에 없다고 아오이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쥰세이와 함께 했던 사랑은 너무나 진해서 나를 해쳤고, 거기로 부터 도망친 아오이는 나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존재인 '마빈'과 함께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 믿었다.

나도 그랬다.

뜨거운 사랑을 마치고, 사랑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서, 그 고통을 다시는 느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픔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사랑을 하지 않는 다는게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가

그걸 몰랐던 그때의 나는, 안정적이고 받기만 하는 사랑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여자이기에, 남자에게 사랑받는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2년간의 연애를 마치고, 나는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것

내가 느끼는 것은 정당하고,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 느낌이 맞을 것.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개념을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뭘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찌들대로 찌든 내 마음에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이 생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20살때와 같이 뜨거운 사랑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설렘을 느끼며 사랑을 다시 시도해보고자 하고 있다. 이번 연애도, 어떻게 끝이 날지 모르지만, 아니면 끝이 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지 모르지만 나는 또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마빈과의 관계같은 연애가 아니라 쥰세이와의 느낌으로 사랑하는것이 이번 연애의 목표다. 경험이 있어서 한눈에 사랑에 빠지지는 못하지만 나와 비슷하고 맞는 점들을 찾아가면서 조금씩 더 좋아지는, 그래서 사랑하게 되는 사이가 되고싶다.


 

아가타 쥰세이는, 내 인생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터무니 없는 무엇이다. 그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먼 옛날 학생시절의 사랑으로 끝나지 않는 무엇이다.

나는 우메가오카에 있는 쥰세이의 아파트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 - 어지러울 정도로 즐겁고, 모든 감정이 응축된 농밀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우리 둘다 열아홉 살이었고,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리고 야만적인 사랑을 했다. 자신의 전 존재로 서로에게 부딪치는, 과거도 미래도 미련없이 내던지는.

쥰세이는 내가 처음으로 섹스를 한 남자는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표현이 허용된다면, 진심으로 몸을 허락한 - 모든 것을 허락한 - 첫 남자다. 처음이로, 그리고 유일한

나는 쥰세이를, 헤어진 쌍둥이를 사랑하듯 사랑했다. 아무런 분별도 없이.

사랑을 너무 잘 표현한 문장들이라서 기록해 두었다.

야만적인 사랑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의 20대는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찰 것 같다.

지금도 사랑이 뭔지 매일 고민하고 검색해보지만 아직 그럴듯한 답을 찾지 못했다.

20살때 했던 사랑은 미친 사랑이었고

22살때 했던 사랑은 받는 사랑이었고

지금은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아픔을 겪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반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우리의 인생에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처럼, 상처받고도 다시 하게 되는 사랑이 말이다.

 


 

"넌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페데리카가 말해, 나는 놀라 얼굴을 들었다. 아오이는 변했어. 다니엘라도 알베르토도 그렇게 말했다.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내 자신이 알고 있었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야"

과연 20살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까?

그때도 사랑을 쫓았고, 지금도 사랑을 쫓고 있는 나를 보면 변하지 않은 듯 싶다.


마빈 - 나는 당신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해.

그가 나에게 말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로 하여금 말하게 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과해야 할 사람은 마빈이 아니라 나였다. 그러나 실제로 사과한 사람은 마빈이었다. 늘 그런 것 처럼.

너도 마빈처럼 나의 감정을 느꼈을까?

나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너 스스로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아팠을까

내 마음이 너와 같이 않았다는 것을 넌 언제부터 알았을까

알지만, 뛰어든 사랑일까

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아오이"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누구의 가슴속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내 가슴속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쥰세이가 보고싶다, 고 생각했다.

나의 가슴속에는 누가 있을까

그리고 나는 누구의 가슴속에 있을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이고, 누구의 가슴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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