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이국환
동아대학교를 다니는 회사 선배들의 추천을 읽어보게 된 이 책은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원래 에세이를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에세이라는 느낌 보다는 인문학 관련 도서에 더 들어 맞았다) 몇일만에 끝까지 다 읽은 책들은 대체로 재미있는 책으로 평가하는 편인데, 이 책도 그랬다.
삶을 고뇌하고 성찰하고 책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 저자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때가 많지 않은데, 이 책의 아버지 부분을 보면서 우리 아버지를 떠올렸다. 눈물이 났다.
"이제 팔순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나는 육체의 노화보다 아버지의 기억이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어딜 함께 다녀왔던 기억이 나는 선명한데, 아버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릴때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청소년 시절에는 지겨웠고, 어른이 되어서는 반복된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으나 기껍지 않았으며,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아예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못했다.
이번 주말에는 아버지를 뵙고 이야기를 청해야 겠다. 언젠가 아버지의 기억이 아스라이 사라졌을때, 나는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것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고 뒷표지에는 "불안"에 관해 책 속의 내용을 짧게 인용하였다. 그 두 부분을 읽고 나니 이 책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교수님의 수업이 대학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는 두 선배의 추천과 후기를 듣고는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삶은 욕망과 권태를 번갈아가면서 거치는 것이라는 책의 내용을 읽고, 매우 공감했고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을 찾아서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에 같은 생각을 가졌다. 독서를 하고 저자와 소통하며 세상을 관철하고 자만하지 않고, 책과 글을 가까이 하라는 저자의 말에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았고 사람과 세상, 책에 대하여 천천히 풀어낸 많은 내용들은 당연한 것을 특별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논어를 가까이 두고 읽었던 젊은 날의 나는 빨리 마흔이 되고 싶었다. 산다는 것이 고단하고 상념이 어지러워 삶이 명료했으면 했다. 하지만 쉰을 훌쩍 넘겨도 불폭은 커녕 삶은 여전히 갈팡질팡 헤멤의 연속이었다. 그 헤맴끝에 깨달았다. 불혹은 마흔이 되면 그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내가 애써 노력하여 얻어내는 삶의 경지라는 사실을. 나이 들어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공부하는 이유다.
나이가 빨리 들어 40살이 되고 싶다는 말에 부모님은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고 말한다. 불혹이 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한 그때가 되면, 세상의 질문에 더 나은 대답과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 나이 40이 되면, 이 바램에 대하여 답변할 수 있지 않을까?
열정과 희망이 가득해야할 20대, 나에게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로 인해서 힘들고 두렵고 불안한 시기가 되었고 세상의 답을 찾기 위해서 여러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불안하기에 살아있는 것이니, 다르게 본다면 지금이 제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20대를 돌아봤을때 가장 좋았을때라고 얘기하는것이 아닐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늘 후회할 일을 만들 수 밖에 없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같으나, 후회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이라면, 성찰은 다가올 시간에 대한 결심이다. 그러기에 후회는 반복된 행위로 우리를 과거에 머물게 하지만 성찰은 자기를 긍정하고 치유하여 미래로 나가아게 한다.
인간은 이야기로 상상하고 선택하며 살아가기에 결국 인간의 삶 자체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로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그렇게 그려진 삶이 다시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이다.
아우라는 두번 경험할 수 없는 그 무엇이며, 주체가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특별한 주관적 경험이자 교감이다. 자신의 경험에 오감을 맡기는자, 그리하여 순간을 사는자, 그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자에게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우라다. 두번 다시 닿을 수 없어 슬프나, 그러기에 더 아름다운 순간, 그 감각의 기억들이 아우라다. 왕은 오믈렛을, 전역한 직장인은 라면을 다시는 맛볼 수 없고 시인은 옛 사랑을 다시는 만날 수 없으나, 생생한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야 말로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낭만이 사라지면 인간의 존엄이 들어설 자리도 없다.
먹고 살기 힘들수록 오히려 낭만의 가치는 커진다.
삶의 권태와 허무 속에서 낭만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
사랑이란 사랑했던 이유나 사랑했던 경험의 공유가 아니라, 사랑했던 기억의 공유다. 소중한 것들은 대부분 눈앞에 있기 보다 등뒤에 있듯, 사라의 시제는 과거형일 수 밖에 없다.
제대로 사랑하려면 먼저 스스로 만들어놓은 상대의 허상을 깡그리 무너뜨려야 한다. 그 폐허위에 다시 차곡차곡 탑을 쌓듯 쌓아가면서 사랑은 비로소 시작된다.
허상을 부수는 것이 ‘인식‘ 이라면 다시 쌓아올리는 것이 ’노력’이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우리는 상대에 대한 허상이 깨지는 순간, 실망과 혐오로 등을 돌리게 된다. 어쩌면 사랑은 이제 시작일 뿐인데.
사랑은 일심동체의 환상을 버리고, 상대를 도와 각자가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관계를 통해 결실을 맺는다.
좋은 책은 굳어진 나를 흔들어놓고 출렁이게 한다. 그 출렁임이 다른 출렁임과 만나 더불어 출렁일때 자신의 견고한 아집이 무너지고 우리는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고귀한 삶이란 타인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자 나은 삶이다.
타인의 삶이 호기심과 관음증을 충족하는 창이 아니라 자기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될때 우리는 책을 읽듯 반성의 사유에 이른다.
만약 당사자가 분명히 알고 있는 위험이라면, 그것은 불안이 아니라 두려움니다.
인간은 계획을 세우면 세울수록 불안해진다. 되는대로 사는자가 불안에 떨 리 없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끝이 정해진 뻔한 삶은 죽은 삶이다. 요컨대 불안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증거이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열정은 자유롭고 자유는 불안한다. 타성과 관성이 아니라 불안한 열정이 이끄는 곳에 삶의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자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지만,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자에게 불안은 영혼을 깨우는 촉매이다.
지금까지 나를 지킨건 내 자신이 아니라 내가 지키려고 애썼던 그 모든 것이었음을.
자존심의 상처 사이로 수치심은 고름처럼 배어나오고, 결국 이징은 미쳐서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가 된다. 자존심과 수치심 사이에서 호랑이를 키운것은 이징 자신이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우월감을 느끼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자존감은 작아지고 자존심만 커진다. 내가 잘났다 생각하는 자존심과 나를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
무시받기 싫어서,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내세웠던 자존심을 내려놓고 부사장님이 얘기해주시는 것처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섣부른 자존심은 나를 후회하게 한다. 자존심을 세우려 할때 10초만 참으면, 그 사이 많은 것이 정리될 것이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타자와 함게 하는 감성, 세계를 해석하고 성찰하는 이성, 미래를 결단하는 지성과 의지를 지닌 이가 성숙한 인간이다.
의사소통을 차단하는 것은 곧 인간을 물건상태로 전락시키는 것이며, 의사소통을 위한 변혁은 대화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만성적인 분주함이 위험하다. 부족한 시간이 누적되면서 할 일을 제때 해내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인생에 대한 조망을 빼앗아 간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근시안적이라 미래를 창조하는 대신 하루하루 일과를 쫓아가기에 바쁘다.
분주함을 줄이고 여유를 즐기기 위해, 요즘 노력하는 중이다. "빨리 빨리" 하려는 생각이 실수를 만들고 많은 행복을 놓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든 빠른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성급한 마음이 시간을 더욱 부족하게 만든다. 항상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며 생각과 행동을 정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끊임없이 욕망하다 그 욕망이 충족되면 권태에 빠지고 권태에서 벗어나려 다시 욕망하는, 그렇게 시계추처럼 욕망과 권태사이를 오가다 생을 마치는 것이 인생이다.
호기심이 가득한 자는 길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는 곳을 길로 만든다. 느닷없는 호기심에 자신을 맡긴 자는 삶의 질주를 두려어하지 않으며 치열한 도전끝에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바꾼다. 호기심이 없다면 우리는 과거에 살 뿐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세가지 방법
공자는 그가 행동하는 바를 살펴보고,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연유를 관찰하고, 그렇게 행동하며 편안해하는지를 살펴 헤아리면 어떤 사람이든 자기 본모습을 숨길 수 없다고 말한다.
"내 딸을 보호하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말에 로봇 소리가 "보호는 고마운 것입니까?" 라고 묻는 부분이다. 자식에게 부모의 보호가 꼭 고맙기만 한 것일까?
오직 열심히 노력하여 집안을 일으키고 자신이 일군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확신으로 기성세대가 되었지만 그 대가로 다양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비교하고 사고의 폭을 키우지 못한 아버지 세대의 아픔을 적시 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님이 내세웠던 고정관념과 통제들. 어릴적 수도 없이 반항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맞는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식에게 부모의 보호가 꼭 고맙기만 한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님이 살아온 시간의 획일화된 시선과 생각으로 커온 자식은 세상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이해하지 못할것이고 더 큰 가능성이 있음에도 포기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안정적이지만 재미없고 편안하지만 열정이 없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자식을 위해 투자했던 학원비와 여러 과외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낭비하고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도 나중에 부모가 될 수 있을텐데, 나의 아이는 자유로운 환경속에서 키워봐야지 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나도 불안함과 걱정으로 아이를 학원과 사교육으로 내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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