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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 미성년의 쓸쓸하지만 투명한 우정과 사랑

호콩이 2025. 3. 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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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이 소설은 사람들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는 소설로, 작가의 세심한 글에 책을 읽는 순간순간마다 감동을 느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글에 담을 수 있는지 놀라웠고,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환기시켜주고, 그것들을 읽고 느끼면서 내가 그 장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했다. ​

이전에 읽었던 채식주의자, 모순이라는 책과 어떤 면에서 비슷하지만 또다른 성향을 띄고 있는 이 소설은, 소설마다 작가의 특징을 아는 재미를 발견해 주기도 하였다. 아름답고 세밀한 묘사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와닿지만, 자세하게 책들을 비교해 보면 작가의 생각에서 각각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소설이 주는 매력이고, 다양한 소설을 접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깊고, 복잡한 소설을 읽고 책 리뷰를 하게 될때는, 더욱 그 리뷰를 풍부한 문장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적지않은 압박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나타내는 소제목을 어떤식을 구성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미성년의 쓸쓸하지만 투명한 우정과 사랑”으로 정해 보았다. 이 책은 모두 학생, 아이, 청소년, 미성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아주 깊이있게 묘사한다.

 


이 책은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하나의 장편소설로 이루어 진줄 알았는데, 7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 져있었다.

 

그 여름

601,602

지나가는 밤

모래로 지은 집

고백

손길

아치디에서

 

이 중에서 모래로 지은 집과 아치디에서라는 소설은 다른 소설들 보다 조금 더 길었는데, 큰 내용 없이 자잘한 내용로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해서 그런지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또한 여러 감정들을 집약시켜놓은 소설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긴 시간을 걸쳐서 한 소설, 한 소설 읽어 나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 나는 이 책을 이틀 만에 다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 지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이전에 읽었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는 책 처럼 시간을 두고 읽었으면 더욱 와 닿을 소설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모든 소설에 사회문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 여성차별, 군대내에서 이루어졌던 폭력, 간호사 태움과 같은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여성차별과 관련해서 여러 번 이야기 하는데, 사회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심각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과 사회문제를 연관시키는 것이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른 사회문제를 다루는 책들보다 자극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아무리 아이들을 따라 하려고,

비슷해지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않았고,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애써 바꿔보려 했지만

불가능 했으며, 그렇다고 바뀌지 않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실망스러운 어른들의 실망스러운 행동이었다."

아이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장면들이 많은데, 그래서 어른들의 잘못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딸이 자신의 오빠에게 맞는 장면을 보고도 “너가 잘못했으니까 그런거겠지” 하며 아들의 의견에 굽신대는 “엄마”. 숙모에게 딸을 낳지 못한다고 나무라는 가족들 사이에서 아들을 낳는데 성공했던, 안도하는 우리 엄마,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는 나.

"어른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같이 증오할 사람 하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슬퍼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덜 아플 거라고 어른들은 생각했던 것 같다. 나중에 조용히 말해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너희들에게는 너희가 좋아할 만한 내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어. 그리고 나에게도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 뿐일 때, 자기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나는 책이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소설과 정보를 담은 책. ​

소설을 보는 이유는 우리는 소설을 봄으로서 주인공의 생각에 공감하고, 함께 그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나와 내 주위를 포함한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너무 냉랭해 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소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읽기 힘들다면 영화라도 좋다.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삶을 알아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회가 조금이나마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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