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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 정치, 사회, 인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호콩이 2025. 3. 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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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자 유명한 책인 ‘공부란 무엇인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이다. 우연히 경남대표도서관을 오랜만에 방문하여 신간 도서 목록을 보았는데 이 책이 있었다. 정치를 좋아하기도 하고 또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읽어보기로 하였다. 책은 대체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정치 그리고 인생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생은 당연히 어려운 것이고 문제이다 라고 시작하여서 인간이라면 정치를 하게 되는 이유를 다루기도 한다. 또한 권력, 국가라는 허구, 투표와 연설에 관련된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정치와 관련된 전문 서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사회 풍자, 비판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치란 무엇인지 정의나 학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기 보다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영화를 소개하면서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책이 엄청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쉬운 편도 아니라서, 대학생들이나 성인들이 읽어보기에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현재 정치나 사람들의 행동같은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하나씩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의 글들도 있었다. 저자가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비유는 어떤 것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데, 이 책에도 그런 비유들이 많아서 이해하기에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직접적인 분석이나 비판보다는 넓은 시각으로 정치나 사회를 보게끔 하는 글들이 몇가지 있었고 또 사회나 인간과 관련된 것들을 미술작품과 연관지어서 설명하는 부분도 신기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도 4년동안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류의 수업은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시간에 토론도 하고 발표도 하고, 교수님으로 부터 질문도 받았지만 현실 정치와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던 것 같다.

(정치철학이나 정치학원론 수업에서도 학문에 대해서 주로 다루었지

예민하게 이야기될 것 같은 부분들은 피하면서 수업을 진행하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왜 저출산이 계속되고 대한민국이 헬조선 일 수밖에 없는지 여러가지 생각들을 접하는데 꽤 재미있었던 것 같다. 사회문제나 정치를 다루는 이런 종류의 책이 재미있는걸 보니, 나는 역시 정치외교학과에 잘 온것 같다.

정치에 대해서 깊이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추천하지만 가볍게, 정치와 함께 다른 이야기도 같이 연관지어서 읽을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제목이 굉장히 심오해 보여서, 이 책의 내용도 심오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단순하고 빨리 읽혀서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기억나는 부분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도 책을 빛나게 만든것 같다.

"어떤 선망하고 욕망할 것이 있기에 사람들은 귀찮음을 이기고 세상에 나와 그 욕망의 대상을 좇는다. 마침내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정치가 필요해진다."

사람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찮음”에 대해서 적은 글귀이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멋있다고 느낄만한 것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욕심이라는 것이 없다면 세계가 비어버리고 말것이라고 한다. 매우 재미있고 새로운 접근법인것 같다. 그 어떤 인간도 욕심이 없거나 상황에 전적으로 만족한다면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이 있고 선망하는 대상을 좇기 위해서 우리는 경제활동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꿈을 꾼다.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는 이상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관계를 맺는 이상 정치체에 속하지 않을 수 없고 정치제에 속하는 한 누군가에게 다스려지지 않을 수 없다.

다수가 소수보다 분명 강할 텐데, 그 강한 다수가 결국 소수의 지배를 받는다. 정치적 허구가 그 놀라운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허구와 관련 된 이야기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처음 듣게 되었다. 돈도 국가도 모든것이 허구로 이루어져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허구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으로 지금까지의 문명을 세웠고 우리주변을 둘러싼 모든것에 허구가 연관되어 있다. 다수가 소수보다 강하지만 소수의 지배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표현한 부분이었던것 같고 인간이라면 정치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정치도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참여하지 않아”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가족과 여행 계획을 짜고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고 하는 모든것들이 정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라면 정치를 하게 된다.


 

“절대 빈곤에서 출발, 30여 년간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나라가 어떻게 헬 조선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한국은 지옥불에도 무너지지 않은 그을린 가옥이며, 한국인은 지옥불을 견디고 기어이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한국이 왜 헬조선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다. 나는 그저 현재 한국의 사회나 법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헬조선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지만 이 부분을 보고 나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빨리 성장했고 법 체계를 다지는 바람에 꼼꼼히 확인하기 보다는 빠르게 현실에 법들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계속해서 성장을 해야하기에 우리는 각자의 삶의 안위나 행복에 대해서 걱정하고 염려하기 보다는 국가 전체의 성장과 미래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닐까. 계속된 성장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와 각자의 인생을 먼저 생각하고 천천히 법제도나 현 정치를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다. 급할 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것 외에도 기억에 남는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책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우리의 후손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는지도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은 아니라서 처음에는 의아하긴 했지만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정치-사회 에세이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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