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 펄벅
가난한 농부인 왕릉은 부잣집 종으로 있던 오란과 결혼을 한다. 헌신적이고 현명한 오란은 왕릉과 함께 농사를 하면서 집안을 흥하게 만들고 왕릉은 아끼고 아껴서 황부자댁의 땅을 하나씩 하들인다. 오란은 그 사이에 두 아들과 천치 딸을 낳는다. 심한 기근으로 인해서 왕릉의 가족은 늙은 아버지와 함께 남방으로 내려간다. 그들은 구걸을 하면서 입에 풀칠을 하다가, 전쟁으로 인한 폭동으로 은전과 보석을 가지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씨앗을 사고 농사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왕릉은 땅으로 인해서 점점 흥하게 되고 부자가 된다.
그는 오란의 못생긴 얼굴과 지나치게 검소한 모습에 싫증을 느끼게 되고, 찻집에서 만난 롄화라는 여자를 첩으로 들이게 된다. 오란은 롄화를 미워하지만 티를 내지 못한다. 롄화는 왕릉에게 보석과 여러 장식품들을 요구하고, 왕릉은 롄화에 대한 사랑으로 그것을 다 사주고 사치를 부리게 된다. 오란은 동시에 점점 몸이 아파져가다가 죽게 된다.
부자가 된 왕릉은 성내의 황부잣집으로 이시하게 되고 아들들을 장가보내고, 손녀 손자를 여럿 두게 된다. 노인이 된 왕릉은 기억을 계속 잃어버리고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게 되고, 자신이 죽고 난뒤 땅을 팔아버리겠다는 아들의 말에 화들짝 화를 내며 땅에 대한 애정과 땅으로 시작하고 땅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왕릉의 신념으로 이 책이 끝나게 된다.
작가가 중국 작가일 줄 알았는데, 서양 작가라서 놀랐고, 동시에 번역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게 흥미를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과거 중국의 시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사람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 와중에도 여러 재미있는 서사들과 비유들, 말솜씨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여기 오란으로 나오는 왕릉의 아내에게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부잣집 종으로 어릴적 팔려가서 매를 맞으면서 살던 그녀는 가난한 농부 왕릉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혼자 아이를 낳고 정리를 하기도 하고, 산통이 오기 직전까지 왕릉의 농사일을 돕기도 하고, 사치는 부리지 않고 현명하게 모든 일들을 판단하면서, 현명한 아내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
그런 오란이, 폭동때 훔쳐온 보석중 진주 2개는 자기의 가슴속에 간직하게 해달라고 왕릉에게 요청하였는데 그때 오란이 참 안되어 보였고, 그 진주를 롄화를 주려고 다시 빼앗아가는 왕릉에게 얕은 분노를 느꼈다. 남자들은 다 이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참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오란은 자신의 남편을 끝까지 섬기고 아내의 도리와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의 도리를 잘 하였고, 자신의 몸에 문제가 생긴것을 알지만 티도 내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오란이 만약 내 딸이거나 엄마였으면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 지금보다 몇배는 더 분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왕릉은 그런 오란에게 큰 미안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롄화에게 돌아가고 또 첩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안좋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왕릉은 다른 남성 등장인물보다는 나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공감과 연민을 많이 느끼는 편이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자기 객관화도 꽤 되는 편이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잘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해 나가는 것이 흐뭇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자식농사가 쉬운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검소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남들이 좋은 비단옷을 사고 머리핀을 살때 그 돈을 한푼씩 아껴서 땅과 씨앗을 사고, 쉬지 않고 농사를 짓고 미래를 계획하는 두 부부의 보습을 보며 내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만 보아서는 재미없고 지루할 것 같지만 사실 너무 재미있는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어서 2번 정독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땅과 흙, 농사들과 관련하여 좋은 문장들이 많이 나오고 인상적인 부분들이 꽤 많아서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가정을 형성해 주고 그들을 먹여주고 그들의 신을 이루는 이 흙, 그들의 소유인 이 흑이 거듭거듭 햇빛을 맏도록 파헤치는 이 완벽한 움직임의 일치감만이 존재할 따름이었다. 기름진 검은 흙덩어리가 삽을 내려찍을때마다 가볍게 갈라졌다.... 옛날에는 여기에 사람의 시체를 묻었을 것이고 집을 짓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이젠 모두 흙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흙에서 나서 다시 흙으로 변해버린다. 그들이 지금 나란히 서서 부지런히 일해 이 대지의 열매를 얻으려고 하지만 마침내 다시 대지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는 언제까지나 농토에 속해있는 인간인 것이다. 흙을 밟으며 봄이면 소를 몰아 밭을 갈고, 가을이면 낫을 들고 곡식을 거두어 살아가지 않는다면 그에게 삶은 아무런 보람도 없는 것이다"
"그는 홍수가 지나간 눅눅한 밭을 밟을 때 마다 그 감촉을 느끼고, 씨앗을 넣기 위해 갈아 일으킨 흙냄새를 마음껏 마셨다.... 그는 그럴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뼈에서 솟아오르는 기쁨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지런히 일하다가 지치면 그전처럼 흙바닥에 누워서 잠을 잤다. 흙속에서 피어오르는 대지의 입김이 그의 몸에 베어 들어 애욕의 상처를 아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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