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의 장미 A rose for Emily - 윌리엄 포크너
이 소설은 윌리엄 포크너라는 미국 소설가가 쓴 단편소설로, 그만의 섬세한 문체가 잘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소설은 미국문학사라는 영문학 수업시간에 배우게 되었는데, 교수님께서 이 작가를 주제로 논문을 쓰셨다고 하며, 좋은 내용을 많이 설명해 주셔서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솔직히 영어 원문이 이해가 잘 안되서, 500원을 주고 번역판을 전자책으로 사 읽었다. (그리고 아주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다른 블로그에 너무 자세히 잘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구구절절 다 줄거리를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이 소설을 보고 느낀 점들을 위주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 소설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개인에게 기대되는 것들이 얼마나 잔혹하고 잔인한지에 대해서 일깨워주는 소설"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소설은 15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단편소설이라 큰 여운을 주거나 완벽하고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짧은 소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 에밀리는 한 마을에서 혼자 남겨진 귀족의 딸이다. 아버지의 돈으로 생을 연명하고 있으며 아버지의 과보호로 그녀는 스스로 자립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그녀는 사람들과 단절되어 지낸다. 그녀는 마을에서 혼자 남은 귀족이었으므로 많은 이웃들의 입에 오르고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려고 하자 그녀는 그를 죽이고 남은 생을 그 시체와 함께 보낸다.
이렇듯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만 보면 에밀리라는 여자가 얼마나 잔혹하고 이상한지에 대해서 알아 차리게 된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소설의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문장 "poor emily", 한국말로 하면 "불쌍한 에밀리,,," 라는 문장이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람들은 에밀리의 가까이에 가지 않고 그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며 이야깃거리로 그녀를 생각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잃었을때, 사람들은 "feel sorry" 하다고 느낀다. 동정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진심으로 에밀리를 향해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이 감정은 말 그대로 "동정", 풀어서 설명하자면 "어이구,,,어째 이제 아빠도 없구,,, 참 불쌍하게 됬네 그치 ? 우리 장보러 갈래?"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녀가 점점 집에 갇혀지내고 일용직 노동자로 지내는 남자를 만나고,,, 그런 것들을 이웃들은 유심히 관찰하며 "쟤좀봐,,, 무슨 저런 남자를 만난다니,, poor emily" 라고 하며 우월감을 전제로 값싼 동정심을 느낀다.
그리고 영어 텍스트를 보게 되면, "we"와 "they"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작가는 "we"라는 단어를 통해서 우리는 에밀리의 이웃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책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우리도 이웃들이 하고 있는 "뒷담, 험담"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진짜 속을 알지도 못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그를 깎아 내리고, 무시하고 소문을 퍼뜨리곤 한다.
교수님께서는 그런 것들을 연예인 자살 사건과 관련지어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단지 말 그대로 그들을 힘들게 하기 위해서, 또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 이상한 자격지심으로 악플을 달고 욕을 해대는 수많은 사람들을 작가는 비판하려고 했다고 교수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이 소설은 그런 것들을 상기시키는 소설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이야기하는 "타인"들에 대한 소문들이 어떻게 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아무렇지 않게 그런것들을 행해온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반성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아주 짧은 소설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걸로 보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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