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보건교사 안은영의 신기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넥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기 시작한 소설로, 귀여운 판타지 장르의 이야기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 보건교사 안은영 “을 접해본 사람들은 젤리들이 막 등장하고 학교 복도를 뛰어다니는 드라마의 장면들을 보고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하고 궁금해 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자,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영상화된 (드라마나 영화) 책은 기본기가 튼튼하고 익숙하지 않은 재미있는 내용을 담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꼭 읽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생일 선물로 우연히 이 책을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항상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진 것은 원작보다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이 책도 드라마를 보기 전에 꼭 읽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책을 받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표지부터 굉장히 귀엽고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여러가지 젤리 같은 것들이 그녀의 물품들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색감도 너무 잘어울렸다. 표지 그림과 색감 같은 것들이 책을 구성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묘하고 애매하다”라는 것이다. 뭔가 줄줄 설명하는 것 보다 번호를 매기면서 짚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1.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귀신(?)들
우리는 귀신이라고 하면 항상 공포영화를 떠올린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도 로맨스 판타지 죽은 귀신들이 무섭게 표현되었고 다른 여타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귀신이 귀신처럼 나오지 않고 그저 불투명한 형체나 친근한 것들로 묘사가 되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더 귀엽게 이것들을 젤리로 표현했는데, 책에서는 그렇게 귀여운 젤리들로 묘사되기 보다는 조금 더 보편적인 것들이지만 친근하게 그런것들을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고 색다르다고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을 위해 쓰여졌을 수도 있겠다고 느낄 정도로 문체가 쉽고 간단하여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읽기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10대는 10대 나름대로 귀여운 소설이고 20대는 20대 나름대로, 또 30대도 그 나름대로 각자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2. 부족한 내용 구성
이 책을 읽고, 참 쉽게 잘 쓰여졌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생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하면서 깊은 문체들이 이 작품을 더 인기있게 만들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 뒤에 나온 추천의 글만큼 극찬을 하기에는 빈틈이 많은 책인 것 같다.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은 사람은 아니지만 책, 그리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 “막힘없이, 그리고 애매함 없이 잘 풀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소설이 정말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빈틈없이 잘 짜여져있고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해나가지? 라고 할 만큼 감탄한 소설들을 많이 읽었고 그런것들이 정말 가슴에 와닿고 여운이 더욱 오래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오묘하고 애매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스토리와 소재들이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지만, 내용을 전개해나가는데에 있어서 흠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전학생 옴에 대한 부분에서 특히 그 내용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판타지 소설 답게 부모님 없이 그냥 났고 사람들 주위의 나쁜 기운인 “옴”을 잡아먹고 산다는데 20살이 되면 원래 죽는게 원칙인데,,, 병원에 가서 위를 조금 잘라내니,,,, 사람이 되었다??
나만 이 스토리 전개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작가의 의도는 뭔가 현실과 비현실사이의 벽을 허물고 우리 삶 속의 판타지 적인 요소를 포함시키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조합이 그렇게 부드럽지 않았고 오히려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위를 자르니,,, 사람이 되었다? 아무튼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한 두군데 정도 더 있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도, 운동장에서 갑자기 형체가 불분명한 용과 모래폭풍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해치운다,,,, 그 속에서 사랑이 싹튼다,,, 음 이 부분도 읽으면서 뭔가 애매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흔하지 않은 소재속에서 흔한 레퍼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보고 이것도 이상한 부조화의 한 부분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이 한 두군데 정도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들이었던 것 같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는 않아서, 드라마에는 어떻게 이 부분들이 묘사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 조금 더 정성을 들여서 이야기를 썼다면 부실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어떤 느낌이냐면 글을 내맘대로 막 쓰고, 검토하지 않고 그냥 내자! 이러고 출판한 느낌? 정갈하지 못하고 그냥 겉으로만 꾸며진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개개인의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판타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선한 영향력이 꽤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각자의 판타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사람들이 가진 그 판타지가 이 책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판타지 소설들을 읽으며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좋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내 삶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걸 알지만 읽는 내내 귀엽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각 장에서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질 때 마다 상상의 나래를 혼자 펼치며 작은 만족감을 느꼈다. 고상한 공주가 나오거나 로봇이 나오는 판타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에 함께 지내고 있을 법한 젤리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고양이를 보고 귀여워 하듯이 마냥 귀엽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이 책은 우리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다. 나는 이 부분이 이 책이 주고자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뒤에 추천의 글을 읽어보아도, 이 책은 그런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 많은 것들을 무릅쓰면서 사랑을 할때나 도와줄때나 상대의 마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상대를 파악하려 하지도, 당위를 따져보려 하지도, 이유를 낱낱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냥’에 가까운 이유로 그렇게 한다. 마치 이해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듯이, 이해 받으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그저 너의 존재만으로도 너를 구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듯이, ‘그냥’이라는 이 쿨한 이해의 생략은 나를 늘 걷잡을 수 없이 뭉클하게 만든다.”
“그저 오늘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이웃을 돕는 사람, 아주 희미한 가능성만으로도 내일을 꿈꾸는 사람, 쓸데없이 비장해지지 않고 하루하루 경쾌하게 전진하는 사람. 안은영은 내가 늘 기다려온 영웅의 모습이었다."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매일 절감한다. 도처에 널린 수많은 혐오와 불의 앞에서 우리는 잠깐 분노하다 다시 눈을 돌리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친절한 사람들이 선한 방식으로 싸워 이기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시급한 것이었는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새삼 알게 되었다."
항상 상대방의 마음에서 이해해보고, 그를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에서 “그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방을 구할 이유가 되었다는 듯한 태도는 정말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 다른 부가적인 이러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너를 구할거야 라는 합리적인 판단 없이 그저 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는 행동들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닿아졌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힘들게 나아갈 것을 알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하루를 버텨가는 모습을 보며 지금 20-30대가 겪어 나아가야할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지 않을 가하는 의문의 뉘앙스가 담겨있다.) 방향이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큰 사건 없이 인상적인 일들 없이 오늘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숟가락을 한 스푼 더 얹어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뉴스에 나쁜 사람들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 선한 사람 안은영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은 매우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나쁜 사람들이 이기고 선한 사람들을 항상 무시당하는 지금 이 세상에서 선한 것들이 그래도 더 크다고, 더 큰 힘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아무리 악한 것들이 우리를 물들인다고 하더라도 선한 것들이 모여서 그 악한 것들을 치유하고 함께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번 독후감을 여기서 마무리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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