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 모든걸 내팽개치고 예술을 위해 떠난 한 남자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이 책은, 잘 알려져있는 세계 문학 명작으로 서머싯 몸의 소설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궁금했고, 책을 읽으면서도 그 의미를 찾으려 애쓰며 읽었다. 영문과를 들어간 후 부터, 세계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은데 서점에 베스트 셀러로 팔리는 여러 책들 보다 문학 집으로 엮어져 나온 책들이 더 깊이가 깊고, 통찰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의 해설을 읽어보니까, 이 책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 랜드는 폴 고갱이라는 화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 미술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거기서 한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던 폴 고갱은, 증권 거래소 중개인으로 찰스 스트릭랜드와 비슷한 생애를 경험했다.
이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나'가 관찰자로 찰스 스트릭랜드를 서술하는 입장으로 전개된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주식 중개인으로 아름다운 아내와, 아들 딸을 두고 살아가던 조용한 남자였다. 하지만 갑자기 찰스 스트릭 랜드는 파리로 떠나겠다는 편지만을 남겨두고 파리로 떠나게 된다. 그의 아내는 스트릭랜드가 여자가 생긴게 분명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이 아니라는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미술을 하기 위해서 떠났다고 한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예술에 대한 욕망으로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파리의 좁아터진 단칸방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상관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하루에 한끼도 먹지 않고도 그림을 그리며 버티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한 남자를 만나는데, 그는 스트로브라는 남자이다. 그는 동정심이 많은 가운데, 아파서 드러누운 스트릭 랜드를 아무런 대가 없이 간호해준다. 그리고 스트로브의 아내도 함께 한다. 스트로브의 아내는 간호를 하다, 스트릭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불행한 나머지 그녀는 자살하게 된다. 그리고 스트릭 랜드는 마르세유로 떠난다. 남태평양쪽으로 가고 싶어 하던 그는 마르세유에서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다가, 타히티로 가는 배를 타게 되고 타히티에 정착하여 살게 된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던 타히티에, 스트릭 랜드는 그리 특이한 사람으로 다루어 지지 않았고, 그는 거기서 그림을 그리고 또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낳으며 숲속에서 지내게 된다. 많은 나무들과 풀들이 우거진 숲에서 그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살게 되고, 죽을 날이 다가오자 그는 집에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스트릭 랜드를 걱정하던 의사는 그의 집을 방문하고, 스트릭랜드가 그려놓은 벽화를 보고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세상이 창조되는 순간을 보았다면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까. 무섭도록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어떤 힘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인간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스트릭랜드는 문둔병에 걸려서 죽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이 책의 소감과 해석을 적어 놓은 부분이 있는데, 꽤나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6펜스만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달을 바라보고 그것을 향해 팔을 뻗는게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인지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인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6펜스는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것이고, 달은 예술적이고 열정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두 세계를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물질적인 것에 꽂혀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자하고, 예술적이고 초월적인 것에 인생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런 인생이 있다는 것을 더욱 강조한 책인것 같았다.
스트릭랜드는 혼을 담은 예술을 통하여 세속적 욕망에 치우치지 않고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자식들과 아내를 내팽겨 치고 자신의 마음이 간절히 원하는 예술을 하기 위해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은채 살아갔다. 통증도 무시하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열정을 쫓았고, 저자는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글을 쓴 것 같았다. 책에서는 그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신과 같았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조그만한 아픔에 괴로워하고 그것에 빠져서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이 책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주장하고 말하는 것이 다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욕하고 반대해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것을 다르게 봐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찰스 스트릭랜드의 인생이 멋있게 느껴졌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하는 궁금증도 생겼던 것 같다. 한가지 분야에 빠져 정신을 놓고 그것만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났고, "몰입"이라는 단어도 생각났던 책인것 같다.
너무 재미있었고,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문학 작품들 처럼 질질 끌지도 않고 매우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빛났던 소설이다. 문학 작품, 특히 세계 문학 전집과 같은 책들은 매우 지루하고 함축적인 이야기들도 많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던 것 같다. 흥미진진하고 그 다음에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하고, 단어사용도 매우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에게서 육체에만 얽매인 존재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무엇인가를 향해 뜨겁게 고뇌하는 영혼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앞에 서있는 이 사내, 나무한 옷차림에 코는 커다랗고 번쩍이는 눈에 수염은 붉고, 머리칼은 더부룩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과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심으로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것,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봉 일만 파운드에 아름다운 아내를 얻어 저명한 외과의사로 사는 건 진정 성공한 인생일까?
그것은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세상엔 진리를 찾으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욕망이 너무 거센 나머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팽개쳐 버리려고 해요. 스트릭 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진리 대신 아름다움을 추구했지만요. 나는 그 친구가 한없이 가엾게 여겨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