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박인경
메멘토 모리.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아모르파티. 그러니 네 운명을 사랑하라.
직장인, 나의 꿈이자 많은 사람들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것. 나도 빨리 직장인이 되고 싶어 이 책을 골랐다. 책 제목은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를 느껴보고 싶었다. 매일 바쁘게 출근하고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퇴근, 그리고 또 출근. 워커 홀릭의 대명사인 나로서는 어느 정도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의 매일을 반복하다보면, 그 또한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보육교사’인 저자가 직장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더불어 벗어나고 싶어 하는 느낌, 그리고 또 직장인으로 삶을 지속해나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편의 브이로그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소소한 직장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같은 글.
솔직히, 이 책은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 책도 아닌 단순 에세이라 이 책을 보고 어떤 것들을 배웠다거나 깨달았다는 것은 없었다. 단지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감사하는 마음이 단순하면서 벅차오르게 표현된 책이다. 그런 문장들을 읽으며, 나의 삶도 한번 더 되돌아 보게 된다. 동생과 함께 꽈배기를 만들어먹으려 했으나 다 태워 버린 일, 시험을 치고 엄마와 나누는 대화,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반가워 하는일을 떠올려 본다.
내 삶이 좋은 것은, 내 삶의 좋은 것들을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고 내 삶이 좋지 않은 것은 내 삶의 좋지 않은 것들을 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다 제각각 다르겠지만, 동시에 비슷하다. 그런 일상속에서 작은 소중함과 특별함을 느끼는 것은 반복되는 하루를 뻔하지 않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아, 일어나야해. 오늘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받아들이자. 오늘 하루가 무탈하길 바라며.”
이 문장이 이 책에서는 두 군데에 쓰여있다. 책의 제일 앞쪽, 그리고 제일 뒤쪽. 그리고 그 사이에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토요일을 기다리는 등의 일상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출근에서 퇴근 그리고 다시 출근의 느낌을 주려고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것 같았다. 책의 끝에서 이 구절을 다시 읽었을때 나는 그때서야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상의 일들을 소소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묘사하는 일이 에세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에세이 사이에 있는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평범한 주택의 모습도, 매일 같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는 하늘의 모습도 에세이와 함께 감상하니 다르게 보였다. 나의 인생도 한편의 에세이였다면 나의 삶을 구석구석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보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들 불안함을 가지고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있어야 할지, 꿈을 가져야 할지,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해야 할지 등등,,, 여러가지 고민들을 가지고 사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삶이 엿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판단하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결정지어지는 것들. 그것을 내버려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것이니, 너무 큰 고민을 하기 보다는 내버려 두는 연습이 필요 할 것이라는 것.
“바쁜 출근 시간에 방 정리를 하고 나가는 건 내가 깔끔한 성격이라거나 청소를 즐기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퇴근 후에 편안하고 안락한 집에서 쉬기를 기대하며 돌아올 열시간 뒤의 나를 위한 것. 종일 일하느라 지쳐 있을, 누군가에게 이리저리 치였을 오늘 밤의 나를 위한 것이다.”
“회사에서 실수를 했다. 실수를 하고 나면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고는 중심을 찾아 돌아와야 하는데, 거기에 얽매여 집에 와서까지 스스로를 책망했다. 며칠 동안 자책하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야 나아졌다. 아, 나에게 관대해지고 싶은데. 반성은 해야 하지만 실수했다는 사실에는 쿨해지고 싶다. 이럴 때마다 수십 번 되풀이하며 다짐한다. 나를 괴롭히지 말자.”
이 부분을 보며 많이 공감했다. 직장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공감하면서 또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있을 것 같다. 나는 아직 직장인이 아니라서 그들이 하는 모든 것들이 부럽고 멋있어 보이기만 하지만 말이다. 일상을 특별하게 담고자 하는 책을 읽게 되어서 나의 삶도 조금이나마 특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걸 바로 ‘갬성’이라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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