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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 인간이 되고 싶었던 비굴한 남성의 이야기

호콩이 2025. 3. 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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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이 책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읽고 나면 굉장히 침울해진다고 이야기 해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뭔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처럼 힘들고 충격적인 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쉽게 시도하지 못하다가 22살이 된 지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꽤 생각보다 얇아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더욱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인간실격이라는 제목만 봐도 심층적이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인간 실격”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우리는 인간이기에 더욱 “인간”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인간의 한 종류, 한 부분에 대한 아주 깊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생각 할 수 없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접할 수 있고 그래서 인간에 대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는 다자이 오사무로 이 책으로 옮긴이는 다른 사람이다. 이 책 끝에 알 수 있는데 책에서 나오는 마담이라는 사람과 아는 사이어서 원고는 아니고 이전에 작가가 삼류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신의 자서전적 이야기로 자신의 가슴에 묵혀져 있었던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5번의 자살시도를 하고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살았으며 피폐하고 괴로웠던 길지 않은 그의 인생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그런 인격을 숨기기 위해서 연기를 하고 남을 웃기려 했던 어린시절을 거쳐 그런 자아에 대한 부정과 인간에 대한 본성과 같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술, 여자, 마약을 접하고 그것에 빠지며 잘못된 선택들을 한 어른 시절까지의 모습을 가감없이 묘사하고 있다.


 

그는 어린시절 공복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없고 사람이 하는 요청과 권유를 거절한다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에겐 ‘인간이 목숨을 부지한다’라는 말의 의미가 지금까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마다 몸을 뒤척이고 신음하고, 거의 미쳐버릴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저 혼자 기묘하게 얼굴을 뒤틀며 웃고 있습니다. 그것 또한 제 어린 소견의 서글픈 광대 짓의 일종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다른 인간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런 인간성을 숨기기 위해서, 이상한 사람이라는 눈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매일매일 연습을 하고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인간성을 왜 계속 숨기려고 했는가에 대한 책을 전개하면서 이야기 한다.


 

이 세상에는 갖가지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 불행한 사람들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불행은 소위 세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세상’도 그 사람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해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불행은 모두 제 죄악에서 비록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항의할 수도 없고, 또 우물쭈물 한마디라도 항의 비슷한 소리를 한다면 딱히 넙치가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들 전부가, 잘도 뻔뻔스럽게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어이없어 할 것이 뻔합니다. 

이 대사를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나를 되돌아 보았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가

아, 나도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며 살아왔구나

다름은 인정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마약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진정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일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내가 철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 “이 세상에 다자이 오사무 같은 사람이 한사람만 존재할까? 아니, 그들도 그들의 인간성을 숨기고 살고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면서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거짓됨을, 인간에게 감춰진 본질적인 악을 조금씩 이야기 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적인 진실을 거짓됨 없이 겉으로 드러내며 그가 좌절하고 패배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위선, 추악함, 비인간성을 드러낸다.


 

내가 얼마나 모두를 무서워하는지, 무서워하면 할수록 남들은 나를 좋아해주고, 남들이 나를 좋아해주면 좋아해줄수록 나는 두려워지고 모두한테서 멀어져야 만 하는 이 불행한 병적인 성격

이 문장을 읽으면서 그도 어쩌면 우리와 같은 “인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남이 나를 좋아해줄수록 그것을 잃을 까봐 두려워하고 더욱 거리를 두려고 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에 공감하며,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지만 스스로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다”라고 단정짓고 남들과 다른 사고를 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라는 질문도 해보았다.

가는 주인공을 인간사회의 이방인으로 설정한다. 자기는 이 세계의 삶에 소외되어 외계와의 현실적인 접점도 없고 자신만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내적인 자폐 세계에서 살며, 인간에 대해 깊은 공포감을 품고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다.”,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싶다.”, “나약하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과 한편이 되고싶다” 고 이야기한다. (인간 실격 뒤쪽의 감상평)


 

이 소설은 정말 유명해서 영화로도 개봉이 되었다. 영화 예고편을 보았는데 소설과는 너무 다른느낌이어서 조금 실망했다. 작가의 생각과 인생, 인간에 대한 회고를 담기 보다는 그와 함께 했던 3명의 여성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너무 로맨스에만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영화를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본연의 인간 실격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를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하고 싶다.

이 책은 “저는 인간이라는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 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됩니다. 사람들은 대개 마흔 넘은 나이로들 봅니다 ”로 끝나는 이 소설은 소설을 읽기 전에도 깊고 쉽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책 리뷰를 읽으면서도 책의 내용과 분위기를 대충은 이해할 수 있지만 특히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작가의 감정을 들여다 보며 한자한자 마음에 새기며 읽어야 하는 소설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2회독은 해야 온전히 작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만큼 나와 다르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았고, 다른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들을 보면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내가 살면서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것들에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의 목차와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서문 ; 다자이 오사무 – 사진에 대한 옮긴이의 묘사

첫번째 수기 – 주인공의 성격, 숙명, 어린시절

두번째 수기 –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일들

세번째 수기 1 – 집에서 탈출한 후 시즈코라는 여성과 그녀의 딸과 동거하게됨. 그곳에서 나와 요시코를 만나 결혼함.

세번쩨 수기 2 - 아내 요시코가 겁탈당하는 것을 목격함. 그리고 술과 약물을 병행하며 살다가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게 됨.


인간성에 대한 재사고와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인간 실격’. 개인적으로 책을 보면서 “아몬드”라는 책이 생각났다. 아몬드라는 책은 태어날때부터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지 못한 한 소년이 친구들을 만나고 한 소녀를 좋아하면서 감정이라는 것을 느껴가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과 완전히 비슷한 내용은 아니지만 뭔가 아몬드는 조금 더 쉽고 청소년들을 위해서 단순하게 만들어 졌다면 인간 실격은 다른 인간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심오하고 싶은 이야기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인간 실격”은 인간 실격을 옮긴 사람과 이 책을 감상한 사람들의 해석들이 책 뒤에 함께 실려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을 다시 곱씹어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어떤 작품을 볼때 작가가 실제로 살아온 배경과 시대를 살펴보면 그 문학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인간실격도 작가 나사이 오사무가 살아온 배경들을 사실적으로 살펴보니 이 작품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비록 이 책이 자서전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량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익살로 아침부터 밤까지 인간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지옥은 믿어져도 천국의 존재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세상이란 어느 한 개인이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허용하지 않는 거겠지”

“ 그런짓을 하면 세상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져 “

“세상 사람들이 아니야. 너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

“세상이 아니야. 나를 매장하는 건 바로 너겠지”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된다.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저는 점차 세상을 조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이라는 곳이 그렇게 무서운 곳이 아니라고 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여때까지의 저의 공포란, 봄바람에는 백일해는 일으키는 세균이 몇 심만 마리, 목욕탕에는 대머리로 만드는 병균이 몇 십만 마리, 전철 손잡이에는 옴벌레가 우글우글,,,, 등의 소위 과학적 미신에 겁먹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얘기였던 것겁니다.

도시락통에 먹다 남긴 밥알 세알, 천만명이 하루에 세알씩만 남겨도 쌀 몇섬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거나 혹은 하루에 휴지 한장 절약하기를 천만명이 실현하면 얼마만큼 펄프가 절약된다는 따위의 과학적 통계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위혐을 느끼고 괴로워하고 큰 죄를 짓는 것처럼 어두운 마음을 가져야 했는지.

신뢰는 죄인가요? 천진무구한 신뢰심은 죄의 원천인가요? 무저항은 죄인가요?

아아 이사람도 틀림없이 불행한 사람이구나. 불행한 사람은 남의 불행에도 민감한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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